‘냉동응고술’로 티눈, 굳은살 등 제거 후, 질병수술비 보험금 청구 결과는?


기초 사실


2016년 9월 P 씨는 모 손해보험사와 보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상품의 1회 보험료는 월 38,710원이며, 약관의 보장사항에는 수술 1회당 ‘질병수술담보’ 2십만 원 및 ‘질병수술(갱신형) 담보’ 2십만 원 등 합계 4십만 원을 지급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P 씨는 이듬해인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1년 남짓 동안 여러 병원에서 왼쪽 발가락 부분의 티눈과 굳은살 제거를 위해 총 246회의 ‘냉동응고술’을 받았습니다. 이후 P 씨는 약관에 따라 98,400,000원(4십만 원 X 246회)을 보험사에 청구했습니다.


냉동응고술


티눈, 굳은살, 사마귀 등 피부 병변(病變) 부위를 액체 질소를 분사해 급속 냉동시켜 조직을 괴사하게 만든 후, 이 괴사 조직이 자연스럽게 피부에서 떨어져 나가게 만들어 새로운 조직이 재생하도록 하는 치료. 이 소송의 2심 판결 전까지 법원의 모든 판결은 냉동응고술을 수술로 인정했으며 보험사들 역시 이의 없이 이 사실을 인정.
의학적으로 냉동응고술은 신체나 조직을 절개하지 않는 비침습적 시술의 한 종류. 시술은 ‘내과적 수술’ 혹은 ‘덜 외과적인 수술’로 정의되기 때문에 사실상 쉬운 수술이라는 의미로 사용됨.


이에 대해 보험사는 특별약관 제3조 제1항을 근거로 1,600,000원이 적정한 보험금이라고 P 씨에게 답변을 했습니다. 약관 제3조(보험금 지급에 관한 세부규정) 제1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같은 질병으로 두 종류 이상의 질병수술을 받은 경우에는 하나의 질병수술보험금만 지급합니다. 질병수술을 받고 365일이 경과한 후 같은 질병으로 새로운 수술을 받은 경우에는 다른 질병으로 간주하고 제1조(보험금의 지급사유) 제1항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보험사는 P 씨가 받은 냉동응고술이 수술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의 없이 바로 동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부위라 2회가 아닌 1회의 수술이고, 수술 횟수가 아무리 많아도 1년 이내는 같은 질병에 대한 수술이기 때문에 약관에 따라 1건의 수술비만 지급한다고 설명을 했습니다.
다만 보험을 계약한 2016년 9월을 기준으로 365일을 계산해 1년에 4십만 원씩 총 4년에 해당하는 1,600,000원이 합당한 보험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보험사는 이러한 내용을 우체국 ‘내용증명’으로 P 씨에게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보험사의 이러한 주장에 동의할 수 없었던 P 씨는 이에 대한 판단을 법원에 요청했습니다. 보험사 역시 P 씨가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다른 보험사들과도 다수의 보험 계약을 체결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며 1심 재판 과정에서 관련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98,400,000원을 지급하라” (계약자) vs “1,600,000원이 적정” (보험사)


보험 계약자(1심 원고, 2심 피항소인)
약관에 수술 1회당 4십만 원을 지급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보험사는 총 246회에 걸쳐 받은 티눈과 굳은살의 ‘냉동응고술’에 대한 보험금 98,400,000원(4십만 원 X 246회)을 지급해야 한다.

보험사(1심 피고, 2심 항소인)
특별약관에 같은 수술은 365일이 경과해야 다른 질병의 새로운 수술로 간주해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계약한 날을 기준으로 계산해 1년에 4십만 원씩4년에 해당하는 1,600,000원이 적정한 보험금이다.



1심 판결(2021년 9월) – 보험 계약자 승소


서울중앙지법은 법리를 전개하기 위해 가장 먼저 ‘3단논법’ 형식으로 수술과 냉동응고술의 관계를 확실하게 정리를 했습니다. 1심 법원은 “이 사건 보험계약의 약관에서는 수술의 정의에 대하여 ‘직접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의료기구를 사용하여 생체에 절단, 절제 등 조작을 하는 것’이라고 비교적 추상적으로 정의”했다고 수술의 개념을 먼저 확실하게 규정했습니다.
이어 “냉동응고술은 위 약관에서 정한 ‘절제(특정 부위를 잘라 없애는 것)’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류할 수 있고 (중략) 원고가 받은 냉동응고술은 이 사건 보험계약의 약관상 ‘수술’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냉동응고술이 정상적인 수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법원은 티눈과 굳은살에 대한 수술이 보험사의 면책 사유, 즉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질병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이에 대한 해답을 약관 제4조 제3항의 제4호에서 찾았습니다. 이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③ (중략) 회사는 다음 중 어느 한 가지의 경우에 의하여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습니다.

4. 주근깨, 다모, 무모, 백모증, 딸기코(주사비), 점, 모반, 사마귀, 여드름, 노화 현상으로 인한 탈모 등 피부질환.


법원은 이를 근거로 티눈과 굳은살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면책 질병’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이 수술에 대한 모든 비용을 보험사가 원고인 P 씨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아울러 P 씨가 부정한 목적으로 이 사건 보험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본 계약이 무효라고 피고, 즉 보험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본 계약을 무효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1심 재판부의 주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 문】

  1. 피고는 원고에게 98,4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12. 25.부터 2021. 4. 13.까지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2심 판결(2023년 5월) – 보험사 승소


이 사건을 바라보는 항소심 재판부의 관점은 1심 재판부와 180도 달랐습니다. 수술에 대한 법적인 의미를 정의하는 것에서 법리를 전개한 1심 재판부와는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보험 계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는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부터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보험사가 제출한 각종 증거들을 검토한 후 1심의 원고 겸 2심의 피항소인인 P 씨가 민법 제103조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우연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보험계약을 통하여 보험사고를 가장하거나 그 정도를 실제보다 과장하여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비롯한 다수의 보험계약에 가입한 것으로 추인할 수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러한 근거로 제시한 증거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법원이 제시한 증거

○ P 씨는 2015.3.28.~2017.3.7. 사이 약 3년 동안 이 소송 포함 18건의 보험 계약 체결. 18건 보험료는 매월 799,450원. 같은 기간 P 씨의 월급은 약 180만 원. “과다한 금액으로 보인다.”
○ P 씨는 2016년 1년 동안 13건의 동종 보험 계약을 체결. 하루에 2개의 보험회사와 각각 보험 계약을 체결하기도. “단기간 내에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여야 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
○ P 씨는 2019.10. 한 보험사로부터 398회의 티눈 등 냉동응고술 보험금으로 약 1억 2천만 원 수령. 이밖에 4개의 보험사로부터 약 3억 4천만 원 수령. “치료 횟수와 치료 기간은 상당히 잦고 길며 지급받은 보험금은 지나치게 과다하다.”
○ P 씨는 2016.9.26.~2018.12.24. 사이 2년 3개월 동안 약 20군데 병원에서 치료를 받음. 이 소송의 경우에도 짧은 기간에 비해 다녔던 병원이 여러 곳으로 파악됨. “같은 병원에서는 보험금 등의 문제로 같은 목적의 치료를 짧은 기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거부하기 때문에 여러 병원을 옮겨 다녔던 것으로 보인다.”


이어 2심 재판부는 티눈과 굳은살이 약관 제4조 제3항의 제4호, 즉 ‘면책 질병’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판단을 내렸습니다.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를 비롯해 같은 주제를 다뤘던 다른 재판부들과는 달리 약관에서 정한 수술의 정의, 냉동응고술 등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이 곧바로 제출된 증거를 토대로 티눈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2심 재판부에 대해 한 점의 편견도 생기지 않게 판결문 그대로를 옮겨보겠습니다.

“티눈은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과도한 기계적 비틀림이나 마찰력이 표피를 자극하게 되면 표피층의 과다한 각화 현상이 일어나 발생하는 국한성의 각질비후증이다. 과도한 기계적 비틀림이나 마찰력이 비교적 넓은 부위에 작용하면 굳은살이 되고, 국소 부위에 집중되면 티눈이 된다. 티눈은 마찰이나 압력이 있는 부위에 생기고 이러한 원인이 제거되면 병변은 자연 소실된다. 티눈을 예방하는 유일한 방법은 티눈을 유발할 수 있는 기계적인 힘을 제거하거나 감소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티눈에 대해 자상하게 설명하고 예방법까지 친절하게 설명한 2심 재판부는 이 직후 돌연 태도를 바꿔 어떠한 논리적인 설명도 없이 갑자기 티눈과 굳은살이 이 보험 계약의 약관 제4조 제3항의 제4호(면책 질병)에서 “열거된 것과 같은 성격의 피부 질환임이 분명하다.”고 선언했습니다.
이것은 티눈과 굳은살이 주근깨, 탈모, 사마귀, 여드름 등의 피부 질환과 같이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면책 질병에 해당한다는 의미입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곧바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궁색하게 변명했습니다.

“이 사건 면책 규정은 위와 같은 성격의 피부질환 등에 대하여 30만 원, 40만 원 상당의 질병수술비를 제한 없이 지급하는 것은 질병수술비 담보의 도입 취지에 맞지 않고, 과잉진료 및 보험계약을 악용하여 부정한 이득을 얻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 사건 면책 규정은 그 목적과 취지를 고려하여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객관적이고 획일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티눈 및 굳은살은 이 사건 면책규정에 따른 질병에 해당된다.”

이와 같은 2심 법원의 판결문을 읽어보면 냉동응고술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이유가 설명이 됩니다. 티눈과 굳은살이 약관에서 정한 면책 질병에 해당한다고 먼저 결정을 내리면 재판부 입장에서는 냉동응고술이든 다른 수술이든 수술 여부는 중요하지도 않고 판단할 필요도 없기 때문입니다. 교묘하게 소송의 본질에 대한 판단을 회피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티눈 수술을 한 번도 하지 않은, 해당 보험도 없는) 제3자 입장에서 판결문을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각으로 여러 번 곱씹어 읽어봐도 결코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비상식적으로 많은 보험 계약 건수 및 과다한 수술 횟수가 민법 제103조에 반할 수도 있다는 점은 수긍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면책 규정을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객관적이고 획일적으로 해석”해서 티눈과 굳은살이 면책 질병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구절입니다. ‘왜’에 대한 합법적인 설명이나 의학적인 소견이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1심의 원고 겸 2심의 피항소인인 P 씨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항소심의 결과는 이렇게 보험사의 승소로 마무리가 됐습니다. 2심의 주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 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대법원 2023.9.14. 선고 2023다241421 판결)


이 사건은 항소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은 보험 계약자, 즉 원고 P 씨의 상고로 결국 2023년 9월 14일 대법원에서 결론이 났습니다. 대법원은 예상을 깨고 <상고심절차에관한 특례법> 제4조를 근거로 원고 P 씨의 주장이 이유가 없다고 상고를 기각했습니다.(심리불속행) 이에 따라 이 사건은 대법원의 판결 대신 2심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 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확정된 법원의 판결은 그동안 티눈과 냉동응고술에 관련된 유사한 소송에서의 지방법원, 고등법원의 판결들은 물론 대법원의 판결까지 사실상 180도 뒤집은 것입니다. 티눈 등의 냉동응고술은 당연히 보험금 지급 대상이라는 공식이 깨진 것입니다.
참고로 이 판결 이전 티눈의 냉동응고술에 대한 대표적인 법원의 판례를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형사 사건의 고소 부분은 다루지 않겠지만 담당 검사 역시 의학적으로 냉동응고술이 티눈과 굳은살에 대한 정상적인 수술이라고 인정했다는 점을 밝혀둡니다.


티눈 소송의 과거 대표적인 판례


기초사실

1. 2016년 7월 원고(보험사)와 피고(보험 계약자)는 1회 보험료 63,429원, 1회 질병 수술비 30만 원의 이 사건 보험 계약 체결.

2. 피고는 2016년 9월 말부터 2018년 12월 초까지 약 3년 3개월 동안 6곳의 병원에서 총 416회의 티눈 및 굳은살에 대한 냉동응고술을 받음. 원고는 2018년 11월 중순까지 보험금 약 1억 2천 3십만 원 수령.

보험사의 청구취지

1. 원고와 피고 사이 [별지 1]의 제2항 기재 보험계약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1억 2,570만 원과 변경신청서 송달일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1심 판결(2019.12.)
원고(보험사)의 모든 청구 기각. 보험 계약자 승소.

2심 판결(2021.1.)
원고의 항소와 원고가 이 법원에서 추가한 청구 모두 기각. 약관에서 정한 수술에 해당하기 때문에 피고가 받은 냉동응고술 보험금은 제한 없이 인정. 보험 계약자 승소.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1.5.27. 선고 2021다211525(본소), 2021다211532(반소) 판결]
상고 기각. 2심 판결 확정


기존의 판결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자 보험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티눈 처치 및 티눈 등의 냉동응고술에 대한 질병수술비 지급을 거절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실손보험의 의료비까지……..
축하합니다. 앞으로 보험사들은 보험 계약의 약관에 “티눈과 굳은살에 대한 수술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라는 규정이 없어도 티눈과 굳은살은 “주근깨, 다모, 무모, 백모증, 딸기코(주사비), 점, 모반, 사마귀, 여드름, 노화 현상으로 인한 탈모 등 피부질환”처럼 보험금을 한 푼도 지급할 필요가 없게 됐으니 말입니다.

티눈과 굳은살이 안 나는 판사들이야 걱정이 없겠지만 티눈과 굳은살을 달고 사는 평범한 사람들에겐 법원의 이와 같은 판결은 경제적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판사들의 양심처럼 아주 저렴한 ‘티눈과 굳은살 전용 보험’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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