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원의 어깨 보험이 효시

우리나라의 경우 상해보험이나 종신보험이 보험 선진국에 존재하는 키 퍼슨 보험의 역할을 두루뭉술하게 대신하지만 아주 가끔 특정한 신체 부위에 보험을 가입하는 유명인들이 등장합니다. 일부 셀럽들은 영화 촬영, 콘서트, 월드컵 같은 특별한 이벤트를 앞두고 여행자보험처럼 한시적으로 신체 보험에 가입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신체 보험의 효시는 대한민국 야구의 영원한 무쇠팔 투수인 고 최동원이 고등학교 1학년 때인 1974년에 가입한 어깨 보험입니다. 이 보험은 어깨를 포함해 팔꿈치와 손목에 문제가 생겼을 때 50만 원을 보상해 주는 조건으로 매달 보험료는 3,410원이었습니다.
이 신체 보험은 평소 신체 보험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있던 최동원이 직접 가입을 원해 계약이 성립된 것입니다. 보험료는 그의 재능을 높이 산 후원자들로부터 받은 장학금으로 납부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1974년 우리나라의 1인당 평균 소득이 최동원의 보험 보장액과 비슷한 약 400달러(현재 한화 약 54만 원)였습니다.
몇 년 후 최동원은 1981년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했을 때 그의 오른쪽 어깨를 5천만 원의 신체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이때는 프로야구 출범(1983년) 전이라 이 롯데 자이언츠는 실업팀입니다. 이 계약은 이후 프로야구 선수들이 신체 보험을 계약할 때 기준이 됩니다. 아쉬운 것은 신체 보험에 대한 제1선발 격이었던 최동원이 이 계약 이후 추가로 신체 보험에 가입했다는 보도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로부터 5년 후인 1986년 드디어 축구 쪽에서도 신체 보험 가입자가 등장했습니다. 주인공은 그 유명한 갈색 폭격기 차범근입니다. 1986 멕시코 월드컵을 앞둔 상황에서 당시 차범근은 독일 분데스리가의 레버쿠젠 소속이었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을 위해 차범근의 한국 국가대표 차출을 레버쿠젠에 정식으로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레버쿠젠은 고심 끝에 차범근의 다리에 3억 원의 보험금을 가입하는 조건으로 그의 월드컵 출전을 허락했습니다. 멕시코 월드컵에 차범근이 출전했으니 보험금을 누가 부담했는지는 미루어 짐작이 갑니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대한민국 스포츠 스타들의 신체 보험의 보상 규모는 원조인 최동원과 차범근의 보상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약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2001년 12월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 동안 6천 5백만 달러의 초고가 계약을 체결하면서 최소 200만 달러 이상의 팔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9년 6월 국내의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박찬호는 당시 팔 보험에 가입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그 액수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당시 박찬호의 젊은 나이와 장래성을 감안했을 때 200만 달러는 무리한 액수는 아니었다는 것이 국내 보험업계의 평가였습니다.
이듬해인 2002년 미국 프로야구 애리조나 다이아몬드에서 맹활약을 하던 한국형 핵잠수함 김병현도 최고 10억 원의 신체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보험료 중 절반인 5억 원이 팔 보험이었습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대한민국 신체 보험의 단체 부문 최고가 기록이 수립됐습니다. 대한축구협회가 이 기간 동안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의 부상을 보상하기 위해 전체 선수들을 대상으로 보장액 총 160억 원의 상해보험에 가입을 한 것입니다.
이를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스포츠 선수들의 고가 신체 보험에 대한 뉴스는 더 이상 보도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이후에도 이승엽, 김연아, 박태환, 안정환, 추신수, 박인비, 손홍민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들이 국내외에서 초고가 계약을 하면서 부상에 대비해 대부분 신체 보험에 가입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 정보 보호, 보험·금융 범죄 차단, 위화감 조성 방지 등 여러 가지 목적으로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언제부터인가 관례로 굳어졌습니다.
다리, 성대, 손가락 등으로 확대
우리나라 연예계 셀럽들의 경우 신체 보험의 출발점은 2000년에 배우 이혜영이 10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9억 4천만 원)의 다리 보험에 가입한 것이라는 게 보험업계의 정설입니다. 다만 실제로는 신체 보험이라기보다는 종신보험에 가까운 형태였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이혜영에 이어 2003년 가수 바다와 보아가 각각 10억 원과 50억 원의 목소리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이 가수들의 목소리 보험은 특별약관에 성대에 관한 조항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이러한 계약 방식은 이후에 이루어진 다른 신체 보험의 계약에도 비슷하게 적용됐습니다.
2004년에는 당시 경희대 교수였던 피아니스트 서혜경이 10억 원의 손가락 상해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손가락 하나당 1억 원이라고 언론이 호들갑스럽게 보도했지만 사실은 피아노를 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손목, 발 등이 모두 포함된 계약이었습니다.
같은 해, 배우 겸 모델 이본 역시 모 인터넷 사이트에 프랑스 등에서 촬영한 화보를 공개하기 전에 10억 원의 전신 신체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이 보험은 앞서 업급한 1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대개의 보험들과 달리 보험 기간이 아주 짧은 단기 보험이었습니다.
2007년에는 월드 스타 비가 일본 도쿄돔에서 열릴 예정인 자신의 콘서트에 대비해 6개월 동안 무려 100억 원의 성대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43,000명의 팬들 앞에서 시작된 이 공연은 보험사 직원들의 간절한 염원 덕에 비의 성대가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성황리에 마무리됐습니다.
2009년에는 영화 배우 강수연이 2억 원의 얼굴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그녀가 연기했던 조선시대 중기 희대의 악녀 ‘정난정’보다 몇 배 이상 자존심이 강했던 강수연은 정확한 보험 가입 연도 및 그 액수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신체 보험에 가입한 것은 확실하지만 가입 연도 및 액수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2009년으로 시기를 특정한 것은 종합시사 주간신문 일요시사에서 2010년 12월 유일하게 관련 내용을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걸그룹 걸스데이의 유라 역시 5억 원의 다리 보험에 가입했다는 사실이 꾸준히 보도됐지만 정확한 가입 연도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소속사가 보험금을 부담한다고 알려졌는데 관계자가 데뷔 초부터 이 보험에 들었다고 언급한 것을 감안하면 아마도 데뷔한 해인 2010년 혹은 2011년부터 신체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스포츠 분야와 마찬가지로 2010년대 이후에는 연예계 셀럽들의 신체 보험에 대한 정보가 더이상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풍토가 어느덧 연예계에서도 불문율로 자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아래의 도표는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토대로 국내 유명 인사들의 신체 보험료를 정리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