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0일 현재, 수억 혹은 수십억 원을 넘는 고가의 의약품 대부분은 유전자 치료제(遺傳子 治療劑)입니다. 유전자 치료제는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정상적인 유전 물질을 환자에게 투입하거나 결함이 있는 유전 물질을 직접 수정하는 등 유전자 구조를 분자 수준에서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최신 바이오 의약품입니다.
이러한 유전자 치료제는 개발 기간이 길고 제품으로 완성될 확률이 극히 낮기 때문에 임상 실험 및 시험을 통과하고 FDA(미국 식품의약국,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EMA(유럽 의약품청, European Medicines Agency) 등의 승인을 받으면 엄청난 가격이 책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유전자 치료제 대부분이 ‘원샷 치료제’라 평생 단 1회 주사로 모든 치료가 끝난다는 것입니다.(물론 다른 약들처럼 사람에 따라 완치가 가능할 수도 있고 반대로 효과가 미미할 수도 있습니다.)
기획에서 시판되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을 인정하면서도 환자들과 시민단체들은 유전자 치료제가 너무 비싸다고 하소연합니다. 이러한 주장이 무리가 있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미국에서 희귀병인 B형 혈우병에 걸린 어린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총치료비가 2천만 달러(약 280억 원)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해당 제약회사를 일방적으로 또한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원샷 유전자 치료제, 425만 달러의 ‘렌멜디’
현재 전 세계에서 시판되는 약품 중에서 가장 비싼 것은 ‘유아 루게릭병’의 유전자 치료제인 렌멜디(Lenmeldy, ‘아티다사진 오토템셀’ 성분)입니다. 원샷 치료제인 렌멜디의 주사 비용은 현재 무려 425만 달러(약 59억 4,600만 원, 이하 1달러 1,396.20원 기준)입니다. 이 치료제는 EMA(유럽 의약품청)의 조건부 승인을 거쳐 지난 2020년부터 판매가 시작됐습니다.
렌멜디는 희귀 유전 질병인 ‘유아 루게릭병’으로 분류되는 ‘변색성 백질이영양증'(MLD)을 치료하는데 사용됩니다. 이 MLD는 유아들의 중추 신경계를 공격해 서서히 운동 기능을 상실하게 만들고, 결국에는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무서운 질환입니다. 미국의 경우 1년에 평균 40명 정도만 걸리는 희귀병 중 희귀병으로 발병 시 대부분 5년 이내에 사망한다고 합니다.
변색성 백질이영양증은 현재 렌멜디 외에 다른 치료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렌멜디 투약 시 100% 완치까지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주사제는 환자의 줄기세포를 채취해 병원에서 유전자를 수정한 후 변형된 줄기세포를 환자에게 직접 이식하는 방식의 맞춤형 유전자 치료제입니다.
또한 렌멜디는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안전한 유전자 치료제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임상 시험에 참가한 37명 전원이 생존함으로써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증명이 됐습니다.
렌멜디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약은 350만 달러(약 49억 원)에 달하는 B형 혈우병 치료제인 ‘헴제닉스(Hemgenix, ‘에트라나코진 데자파보벡’ 성분)’와 ‘베크베즈(Beqvez, ‘피다나코진 엘라파보벡’ 성분)’입니다. 두 치료제 모두 렌멜디처럼 평생 한 번만 맞아도 되는 원샷 유전자 치료제입니다.
혈우병은 혈액 속 피를 굳게 하는 물질(응고인자)이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부족해져 발생하는 출혈성 질병입니다. 이런 혈우병 중 B형 혈우병은 특별하게 제9혈액응고인자의 결핍으로 생기는 희귀 질환입니다.
주사비가 310만 달러(약 43억 3,700만 원)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비싼 약은 희귀 빈혈의 일종인 겸상적혈구빈혈의 원샷 치료제인 ‘리프제니아(Lyfgenia, ‘로보티베글로진 오토템셀’ 성분)’입니다. 겸상적혈구빈혈에 걸린 환자의 혈액 줄기세포에 리프제니아를 주입하면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정상적으로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을 생성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임상 실험에서 최저 88% 입증된 결과입니다.
겸상적혈구빈혈 환자 중에서 미국에 거주하는 분들은 리프제니아를 특별히 주목해야 합니다. 다른 초고가 치료제들의 경우 아직은 특별한 할인 제도가 없지만 미국 의료보험에 가입한 경우 리프제니아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소정의 심사를 거쳐 소수의 리프제니아 환자들에게 제약회사가 현실적인 비용으로 리프제니아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위험분담제’와 매우 비슷한 미국 연방 정부의 복지제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원샷 유전자 치료제, 졸겐스마

‘세계에서 가장 비싼 치료제 Top 10’ 및 그 세부적인 사항은 아래의 도표를 참고하기 바랍니다. 이 중에서 210만 달러(29억 3,800만 원)로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비싼 약인 ‘척수성 근위축증’ 원샷 유전자 치료제 ‘졸겐스마(Zolgensma, ‘오나셈노진 아베파르보벡’ 성분)’는 우리나라에서 2020년 8월부터 ‘위험분담제’를 기반으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의약품입니다. 당시 최초의 환자 부담금은 598만 원이었는데 현재 이 비용은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의 수입 등이 반영된 ‘본인부담상한제’에 따라 달라집니다.
우리나라에 약 200명의 환우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 척수성 근위축증(脊髓性 筋萎縮症)은 5번 염색체 내 SMN1 유전자의 결손이나 돌연변이로 인해 단백질 생성에 문제가 생겨 척수와 뇌간의 운동신경세포가 훼손되거나 다치는 질병입니다. 얼굴과 신체의 다양한 근육들이 마비 또는 약화되어 말을 못하고 걷지 못하며 수명이 상당한 수준으로 단축되는 질병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신생아 1만 명당 1명 비율로 발생하고 2년 이내에 사망하는 희귀하고 치명적인 질병입니다.
스위스의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Novartis)’가 개발한 졸겐스마는 1회 정맥 주사로 매우 탁월한 효과가 있는 유전자 치료제입니다. 국내 공급은 한국노바티스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졸겐스마는 2019년 5월 FDA로부터 승인을 받은 이후 2021년까지 미국, 영국, 유럽, 일본 등 38개의 국가에서 1천 명 이상의 환자가 투약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가급적 많은 척수성 근위축증 환우들이 정부의 빠른 승인으로 졸겐스마를 투여 받고 100% 완치되기를 기원합니다.







